집에서 차를 충전하는 시대: V2L/V2G 가정용 전력 시스템 분석

가정에서 전기차를 활용해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전력을 공급하는 V2L 및 V2G 기술은 EV가 단순 이동 수단을 넘어 ‘모바일 배터리’로 자리매김하는 변화를 보여준다. 이들 기술의 원리와 국내에 출시된 주요 모델의 지원 여부, 제주도 V2G 시범사업 등 한국에서의 도입 현황을 살펴본다.

V2L·V2G·V2H 기술의 차이점

  • V2L(Vehicle‑to‑Load): 전기차 배터리의 직류 전기를 내장 인버터를 통해 교류로 변환해 외부 기기나 소형 가전제품에 공급하는 기능이다. 현대자동차의 E‑GMP 플랫폼은 양방향 충전을 지원하며, IONIQ 5 출시 때 최초로 V2L 기능이 상용화되었다. 이 기능은 전용 어댑터를 차량의 타입2 충전포트에 연결하여 120/240V의 전원을 제공하므로 별도의 양방향 충전기가 필요하지 않다. 다만 전류가 차량 밖으로만 흐르는 단방향 방식이어서 차량 배터리를 다시 충전할 수는 없다.
  • V2H(Vehicle‑to‑Home): V2L을 한 단계 확장한 개념으로, 전기차 배터리와 가정 간에 양방향으로 전력을 주고받는다. 비상시 가정 전체를 백업하거나 전력 요금이 저렴할 때 충전한 후 피크 시간대에 사용하는 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V2H를 구현하려면 양방향 충전기와 가정용 분전반 연동 장치가 필요하며, 현재 국내에서 상용화된 모델은 제한적이다. 기아 EV9은 하드웨어 차원에서 V2H/V2G 기능을 지원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 V2G(Vehicle‑to‑Grid): 전력망(배전망)에 EV 배터리를 연결해 전력 수요가 높을 때 방전하고 낮을 때 충전하는 기술이다. 스마트 양방향 충전기를 통해 전력회사가 차량의 충방전을 제어하며, 가상발전소(VPP) 형태로 운영된다. 전력망 안정화와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에 기여할 수 있지만, 법·제도적 준비가 필요해 아직 시범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에서 지원되는 주요 모델

한국산 EV 중 상당수는 V2L을 기본 지원하고 있으며 일부는 V2G/V2H까지 대비된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다. 아래 표는 대표 모델과 지원 기능을 정리한 것이다(출력은 제조사 공인 최대치 기준).

모델V2L 지원(내부/외부)최대 출력(kW)V2G/V2H 준비비고
현대 IONIQ 5/6내부(2열 아래)·외부 어댑터3.6V2G/V2H 가능성 검토 중E‑GMP 플랫폼 사용, 단방향 V2L 기본
제네시스 GV60/GV70/G80 전동화내부 전원 소켓 및 외부 어댑터3.6GV60/70은 내부·외부 모두, G80은 외부 어댑터만 지원
기아 EV6내부(2열 아래)·외부 어댑터3.6주행 중 충전불가, 캠핑·야외 전원용
기아 Niro EV내부 V2L(후열 아래)·외부(일부 트림)3.6GT‑Line 트림만 외부 V2L 어댑터 제공
기아 EV9내부·외부 V2L3.6하드웨어 지원 확인국내 첫 V2G/V2H 지원 예정 모델
니산 Leaf(수입)7.0(양방향)V2H/V2G 지원CHAdeMO 규격, 전용 양방향 충전기 필요

제주도 V2G 시범사업 전망

2025년 말부터 제주특별자치도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첫 공개 V2G 시범서비스가 진행될 예정이다. 기아 EV9과 현대 IONIQ 9가 실험차량으로 사용되며,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아 전력 과잉 문제를 겪는 제주도에서 EV를 활용해 잉여 전력을 저장하고 필요 시 방전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프로젝트는 제주도 자치정부가 규제 정비를 담당하고 한국전력공사(KEPCO)가 배전망 연동을 지원하며, 현대엔지니어링이 충전소 운영 데이터를 분석한다. 참가자는 제주 실시간 전력시장의 저가 시간대에 차량을 충전한 뒤 가격이 오를 때 방전함으로써 전기 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전국 확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며, 향후 V2G 수익모델 및 요금제 개발도 논의되고 있다.

V2L/V2G 활용 시 고려할 점

  • 배터리 수명: 잦은 방전과 충전은 배터리 수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제조사들은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를 통해 사용량을 제한하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사용자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 출력 한계: 대부분의 V2L 출력은 3.6 kW 수준으로, 냉방·난방 등 대형 가전의 장시간 운영에는 부족할 수 있다. 캠핑, 소형 전자제품, 단기 비상용으로 적합하다.
  • 양방향 충전기 비용: V2H/V2G를 위해서는 양방향 충전기와 분전반 개조가 필요하며 현재 비용이 높다. 국내 인증을 받은 장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도입 시 전문 업체 상담이 필수다.
  • 제도와 요금제: V2G는 전력시장과 연계돼야 하므로 전력공사의 요금제와 규제가 중요한 변수다. 제주 시범사업 후 세부 요금제가 마련될 예정이다.

가정용 전력 시스템의 미래 전망과 마무리

V2L/V2G 기술은 전기차를 단순 이동수단에서 벗어나 분산형 에너지 저장장치로 활용하는 새 시대를 열고 있다. Hyundai E‑GMP 플랫폼의 V2L 기술은 2021년 IONIQ 5에서 시작되어 여러 모델로 확대되었고, EV9 등 일부 차량은 이미 V2G/V2H 지원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고 있다. 제주도의 V2G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한국에서도 EV 배터리를 활용한 전력거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제도적·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으나,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자립에 기여할 잠재력이 큰 만큼 향후 정책 동향과 제조사들의 지원 확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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