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을 하더라도 자연 소, 화이트 노이즈, 무음 환경에서 집중력·기분·스트레스는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세 가지 소리 환경에서 직접 일을 해 보며 집중도·오류·스트레스 변화를 기록한 경험과, 화이트 노이즈가 주의력·창의성과 스트레스를 어떻게 바꾸는지 살펴본 최근 논문들을 함께 정리합니다.
1. 자연 소리·화이트 노이즈·무음, 왜 굳이 비교해보고 싶어졌는지
집이나 카페, 공유 오피스에서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선택을 하게 됩니다.
- 아무 소리도 안 틀고 조용히 일하기(무음)
- 비 소리, 파도, 새소리 같은 자연 소리 틀어놓기
- 서걱거리는 화이트 노이즈(에어컨 소리 같은 균일한 소리) 켜두기
저도 한동안은 그냥 “그날 기분”에 따라 골랐는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자연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은 분명 있는데,
이게 실제로 집중력이나 반응 속도에도 영향을 줄까? - 화이트 노이즈는 “머리가 덜 산만해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고,
반대로 오래 들으면 피곤해지는 날도 있는데, 볼륨이나 시간 문제일까? - 아무 소리도 없는 무음 상태는 뇌에 가장 좋은 환경일까,
아니면 오히려 생각이 더 떠돌까?
마침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4주 동안 자연 소리 앱을 사용한 그룹이 대조군에 비해 긍정적 감정, 몰입(flow), 반응 시간, 작업 기억, 경계 상태(vigilance)가 개선됐다는 결과를 보았고PMC+2PubMed+2
(관련 링크: The Effects of Using a Nature-Sound Mobile Application on Psychological Well-Being and Cognitive Performance Among University Students)
다른 논문에서는 짧은 자연 소리 노출만으로도
주의집중 과제가 개선되고, 도시 소음보다 주의 회복에 유리하다는 결과도 있어서Nature+3Svan Hedger+3APEX Lab+3
“그럼 내 일상 작업에서도 차이가 느껴질까?” 하는 궁금증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연 소리 vs 화이트 노이즈 vs 무음을
정해진 조건으로 직접 돌려보는 작은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2. 3가지 소리 환경 실험 설계 – 자연 소리, 화이트 노이즈(45dB), 무음
실험은 최대한 현실적인 조건으로 단순하게 설계했습니다.
기간과 조건은 이렇게 정했습니다.
- 기간: 총 9일
- 자연 소리 환경 3일
- 화이트 노이즈 환경 3일
- 소리 없이 무음에 가까운 환경 3일
- 시간대: 오후 2시~4시
- 졸음·피로가 슬슬 올라오는 집중력 취약 시간대로 설정
- 장소:
- 집(상대적으로 조용하지만 완전 무음은 아님)
- 적당히 시끄러운 카페
소리 설정은 다음과 같이 맞췄습니다.
- 자연 소리
- 잔잔한 빗소리, 숲 속 새소리+개울물 소리, 파도 소리 등을 사용
- 너무 극적인 폭우·천둥, 사람 목소리는 제외
- 볼륨은 스마트폰 dB 앱 기준 40~45dB 근처
- 화이트 노이즈
- 균일한 “쉬-” 소리에 가까운 일반 화이트 노이즈 앱 사용
- 마찬가지로 45dB 수준에 맞춤
(연구에서 45dB 화이트 노이즈가 지속적 주의와 정확도를 높이고 스트레스는 낮추지만, 65dB에서는 스트레스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결과에 근거해서 볼륨을 정했습니다.BPS+3Nature+3PubMed+3)
- 무음
- 별도 소리는 틀지 않고, 창문을 닫고 조용한 방에서 작업
- 냉장고나 아주 멀리서 들리는 자동차 소리 정도만 있는 수준(약 30~35dB)
각 조건에서 매번 다음을 기록했습니다.
- 2시간 동안 처리한 업무량
- 작성한 문서 분량, 처리한 메일·업무 개수
- 눈에 띄는 오류
- 오타, 잘못된 숫자, 다시 고쳐 쓴 부분
- 집중도
- “몰입감, 흐름에 들어간 느낌”을 1~10점 자체 평가
- 스트레스·짜증, 피로감
- 짜증/불안, 머리 꽉 찬 느낌, 눈 피로를 1~10점 평가
완벽하게 통제된 실험은 아니지만,
실제 일상에서 어느 정도 경향을 보기에 충분한 설정이었습니다.
3. 자연 소리·화이트 노이즈·무음에서 느낀 집중력·스트레스 차이
9일 동안의 느낀 점을 아주 거칠게 요약하면,
체감상 대략 이런 패턴이었습니다.
| 소리 환경 | 집중도(1~10) | 오류 체감 | 스트레스/짜증 | 느낌 한 줄 요약 |
|---|---|---|---|---|
| 자연 소리 | 8 내외 | 적은 편 | 4~5 | 마음이 편안하게 깨어 있는 느낌, 플로우에 빠지기 쉬움 |
| 화이트 노이즈(45dB) | 7~8 | 적당히 적음 | 5~6 | 주변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 약간 “기계적 집중” 느낌 |
| 무음(조용한 방) | 6~7 | 보통 | 4~6 | 처음엔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잡생각이 더 많이 떠오름 |
개인 체감으로는
- 자연 소리:
- 대체로 마음이 안정되고,
- 작업에 “부드럽게” 스며드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 특히 빗소리·숲 속 물소리 조합이 가장 잘 맞았고,
새소리가 너무 선명할 때는 오히려 “어, 무슨 새지?” 하면서 주의가 살짝 새기도 했습니다.
- 화이트 노이즈(45dB):
- 머리 주변의 잡음이 싹 지워지고,
- 텍스트·숫자에만 집중하는 데는 확실히 유리한 느낌이었습니다.
- 다만 감정적으로는 좀 “무미건조하고 기계적으로 집중하는 느낌”이어서
장시간 쓰면 살짝 피로가 빨리 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 무음:
- 처음 20~30분은 집중이 잘 되는데,
- 그 이후에는 특정 소리 없이 생각이 더 자유롭게 떠다니면서
과거 기억이나 다른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날이 많았습니다. - 특히 피곤한 날은 주변 소리가 없으니까
오히려 졸음이 더 빨리 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작업량·오류 수는 세 조건에서 큰 차이는 없었지만,
“끝났을 때 남는 느낌”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 자연 소리: 적당히 집중했고, 마음도 조금 쉬고 나온 느낌
- 화이트 노이즈: 집중은 잘 했는데, 다소 고단한 느낌
- 무음: 어떤 날은 엄청 잘 되고, 어떤 날은 되레 멍하게 흘려보낸 느낌
개인적으로는
“자연 소리 > 화이트 노이즈 ≥ 무음” 정도의 순서로
안정된 집중과 정서적인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4. 자연 소리(자연음)의 효과 – 긍정 감정·몰입·주의 회복
이 체감은 연구 결과와도 꽤 겹칩니다.
- 4주간 자연 소리 앱을 사용한 대학생 연구
-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4주간 자연 소리(비, 새소리 등)를 들려주는 앱을 사용하게 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을 비교한 연구에서,
자연 소리 앱 사용 그룹은- 긍정 정서(positive affect)
- 몰입(flow)
- 반응 시간
- 작업 기억·경계 상태
여러 지표에서 유의한 향상을 보였습니다.PMC+2PubMed+2
(관련 링크: The Effects of Using a Nature-Sound Mobile Application on Psychological Well-Being and Cognitive Performance Among University Students)
- 짧은 자연 소리 노출만으로도 주의 향상
- Van Hedger 연구팀은
자연 소리(숲, 물 흐르는 소리) vs 도시 소음(차 소리 등)을 들려준 뒤
주의집중 과제를 수행시켰는데,
자연 소리를 들은 그룹이 주의 통제 과제에서 더 좋은 성적을 보였다고 보고합니다.Svan Hedger+2APEX Lab+2 (관련 링크: Of cricket chirps and car horns – The effect of nature sounds on cognitive performance)
- 자연 소리와 스트레스·회복감
- 2024년 스트레스 관련 메타분석에서는
자연 소리를 들은 조건이 조용한 환경(무음)에 비해
심박수, 혈압, 호흡수 등에서 더 큰 감소를 보여
스트레스 완화에 조금 더 유리하다고 정리합니다.ResearchGate+2ScienceDirect+2
(관련 링크: The effect of exposure to natural sounds on stress reduction –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 2025년 발표된 숲 소리(포레스트 사운드스케이프) 연구에서도
산업 소음 대비
기분, 회복감(restoration), 인지 수행이 개선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Nature+1 (관련 링크: Forest soundscapes improve mood, restoration and cognition)
정리하면, 자연 소리는
- 뇌의 주의 자원을 조금 덜 소모하게 해 주고
- 정서적으로 편안한 상태에서 일하게 도와주며
- 일부 과제에서 반응 속도나 주의집중을 개선시킬 가능성이 있다
는 쪽으로 연구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제 체감으로도
숲·비·물 소리를 적당한 볼륨으로 틀어 놓는 것이
“심리적으로 안정된 집중 상태”를 만드는 데 가장 도움이 됐습니다.
5. 화이트 노이즈 – 45dB에서는 도움, 볼륨이 높아지면 스트레스 증가
화이트 노이즈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적당한 수준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높으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올라간다”는 연구들이 많습니다.
- 45dB 화이트 노이즈의 효과
-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45dB vs 65dB 화이트 노이즈 vs 일반 사무실 소음을 비교한 연구에서,- 45dB 화이트 노이즈 조건에서는
- 지속적 주의(sustained attention)
- 정확도
- 속도
- 창의성
이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스트레스 지표(피부전도 EDA)가 낮아졌습니다.BPS+3Nature+3PubMed+3
- 반면 65dB 화이트 노이즈 조건에서는
작업 기억 일부는 좋아졌지만,
스트레스는 오히려 상승했습니다.
- 45dB 화이트 노이즈 조건에서는
- 백색소음이 작업 기억에 미치는 영향
- 일부 연구들은
40~50dB 수준의 낮은 화이트 노이즈가
청각 작업 기억 과제를 도와줄 수 있다고 보고합니다.ScienceDirect+2PMC+2
(관련 링크: Low intensity white noise improves performance in auditory working memory tasks) - 하지만 60dB 이상으로 올라가거나,
오래 노출되면 피로·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작업 기억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결과도 있어,
“볼륨과 시간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는 자극”으로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ScienceDirect+2ojs.library.queensu.ca+2
정리하면,
- 45dB 근처의 moderate 화이트 노이즈는
주변의 다양한 소리를 덮어 주면서
주의력을 한 곳에 모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 볼륨이 커지거나 노출 시간이 길어지면
오히려 뇌에 지속적인 부담을 줘서
스트레스와 피로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번 개인 실험에서도
45dB 정도로 맞춘 화이트 노이즈는
“머리가 정리되는 느낌”을 줬지만,
2시간 이상 연속 노출에서는
자연 소리보다 피로가 빨리 오는 느낌이 있다는 점이
연구 결과와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습니다.
6. 무음(조용한 환경)은 항상 좋은가? – 장단점 정리
직관적으로는
“아무 소리도 없는 조용한 환경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소음 연구들을 보면,
아이들의 학교 소음, 항공기·교통 소음 등이
작업 기억, 언어 이해, 학업 성취를 떨어뜨린다는 결과가 많습니다.SAGE Journals+1
하지만 조용한 환경과 자연 소리를 직접 비교한 스트레스 메타분석에서는,
자연 소리가 완전한 무음보다
심박수·혈압·호흡수의 감소 폭이 더 큰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ResearchGate+2ScienceDirect+2
제 경험에서도 무음은 이런 특징이 있었습니다.
장점
- 처음 시작할 때 몰입 속도가 빠르다.
- 소리가 없으니 외부 자극에 덜 휘둘리는 느낌.
단점
- 일정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생각이 내면으로 더 깊게 파고들면서
걱정·잡생각이 올라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 특히 피곤하거나 기분이 가라앉은 날에는
오히려 감정이 더 부각되는 느낌도 있었다. - 졸릴 때는 소리 자극이 없다 보니
깨어 있으려는 에너지가 더 빨리 꺼질 때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중요한 글을 쓰거나 아이디어를 짜낼 때,
초반 20~30분은 무음으로 시작하고,
그 이후에는 자연 소리나 은은한 노이즈를 켠다”는 식으로
두 가지를 섞어 쓰는 편이 더 편했습니다.
7. 일상에서 소리 환경을 선택할 때 쓸 수 있는 간단한 기준
지금까지 실험과 연구 결과를 한 번에 묶어 보면,
소리 환경 선택을 이렇게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마음이 불안하고 스트레스가 높은 날
- 자연 소리(비, 숲, 물소리)를 낮은 볼륨으로 틀어놓기
- 목표: “정서적 안정 + 적당한 집중”
- 자연 소리는 스트레스 완화와 회복감, 긍정 정서에 유리하다는 연구가 많습니다.ScienceDirect+5PMC+5PubMed+5
- 배경 소음이 심하고, 글·코딩·숫자 작업에 몰입해야 할 때
- 40~45dB 정도의 낮은 화이트 노이즈를 사용
- 목표: “주변 소리 덮어주기 + 작업 집중”
- 단, 볼륨은 조용한 대화보다 살짝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2시간 단위로 끊어주는 게 좋습니다.BPS+5Nature+5PubMed+5
- 이미 환경이 충분히 조용한 날
- 처음 20~30분은 무음으로 시작하고,
- 이후 필요하면 자연 소리를 살짝 섞어주는 방식
- 목표: “최소 자극 상태에서 빠른 몰입 후, 정서적 안정 유지”
- 예민한 작업(위험이 큰 실수, 사람과의 대화·콜 등)이 필요한 상황
- 귀를 완전히 막는 것은 피하고,
- 주변 소리를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의 자연 소리·화이트 노이즈를
아주 낮은 볼륨으로만 사용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8. 주의할 점 – 개인차, 볼륨, 건강 상태를 꼭 고려하기
마지막으로, 소리 환경을 고를 때 조심해야 할 부분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 개인차
- 같은 자연 소리도
어떤 사람에겐 “힐링”,
다른 사람에겐 “귀에 거슬리는 소음”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 특히 반복적인 화이트 노이즈는
일부 사람들에게 두통·피로를 더 유발할 수 있습니다.ScienceDirect+2ojs.library.queensu.ca+2
- 같은 자연 소리도
- 볼륨
- 연구에서도 대체로
45dB 정도의 낮은 화이트 노이즈에서
인지 성과·스트레스 개선이 관찰되지만,
60~65dB 이상에서는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경향이 반복해서 보고됩니다.ojs.library.queensu.ca+4Nature+4PubMed+4 - 자연 소리 역시
너무 큰 볼륨은 결국 또 다른 소음이 될 수 있습니다.
- 연구에서도 대체로
- 청력·신체 상태
- 이미 이명, 난청, 두통, 불안 장애 등을 가지고 있다면
새로운 소리 환경을 하루 종일 적용하기보다는
짧게 시도해 보고 몸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소리 자극이 불편함을 일으킨다면
의사나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이미 이명, 난청, 두통, 불안 장애 등을 가지고 있다면
- 이 글의 한계
- 여기 적힌 내용은
제 개인 실험과 공개된 연구들을
블로그 형식으로 정리한 것에 불과합니다. - 특정 소리 환경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효과를 보장하지 않고,
정신건강·수면·주의력 문제에 대한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 여기 적힌 내용은
9. 한 줄 정리 – 자연 소리 vs 화이트 노이즈 vs 무음, 나에게 맞는 소리의 균형 찾기
결국 이 글을 쓰면서 제가 얻은 결론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 정서적으로 편안하게 오래 가는 집중에는
잔잔한 자연 소리가 가장 잘 맞았다. - 높은 소음을 가려야 하는 환경에서
짧은 시간 동안 “정밀 작업”에 몰입할 때는
적당한 볼륨의 화이트 노이즈가 도움이 됐다. - 완전한 무음은
어떤 날은 최고의 몰입을 만들었지만,
어떤 날은 오히려 잡생각과 졸음을 부르는 환경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제는
“어떤 소리가 좋냐?”보다
-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
- 오늘 하고 싶은 일이
감정 회복인지,
숫자·텍스트에 꽂히는 집중인지
를 먼저 생각한 다음,
- 자연 소리, 화이트 노이즈, 무음
세 가지를 상황에 맞게 섞어 쓰는 쪽이
현실적인 최적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중요한 건
“정답 같은 소리”를 찾는 게 아니라,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소리의 균형을
조금씩 실험해 보면서 찾아가는 과정 자체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