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젯 토이를 쓰면 정말 집중에 도움이 될까요, 아니면 오히려 방해가 될까요? 이 글에서는 업무·공부 중 피젯 토이를 사용하는 날과 사용하지 않는 날을 직접 비교한 경험을 정리하고, 2024년 ADHD 성인 대상 연구에서 손장난이 반응 시간 안정과 지속적 주의에 도움이 되었다는 결과를 함께 살펴봅니다.
1. 피젯 토이와 손장난, 왜 ‘집중 유지’와 연결해서 보게 됐는지
저는 회의 듣거나 글을 쓸 때, 무의식적으로
- 펜을 돌리거나
- 노트 모서리를 접었다 폈다 하거나
- 의자에 앉아서 발을 흔드는
습관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걸 “나 집중 안 하고 있구나…”라는 신호로만 봤는데,
어느 날부터 ADHD 관련 글을 읽다 보니 정반대 얘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2024년 발표된 연구에서 성인 ADHD 참가자들의 인지 과제 수행을 촬영해 분석했더니,
손가락·몸을 더 많이 꼼지락거린 사람일수록 반응 시간 변동이 낮고,
지속적 주의(sustained attention)가 더 안정적이었다는 결과가 나온 겁니다
(관련 링크: A quantitative analysis of fidgeting in ADHD). PMC
연구진은 이 “손장난(fidgeting)”이
주의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하나의 보상 메커니즘일 수 있다고 해석합니다.Frontiers+2PubMed+2
또 UC Davis MIND Institute 팀도
ADHD 아동·성인의 자연스러운 몸 움직임이 오히려 집중을 돕는다는 연구를 꾸준히 내고 있고,
“fidgeting 자체가 더 나은 주의와 연결되는 증거가 꽤 있다”고 설명합니다
(관련 링크: Does fidgeting help people with ADHD focus?). health.ucdavis.edu+1
이걸 보고 나니,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럼 피젯 토이 같은 ‘도구’를 쓰는 날과 그냥 손·발만 가만히 두는 날,
내 집중력과 작업 효율은 실제로 얼마나 다를까?”
그래서 이번에도 작은 생활 실험을 한 번 돌려봤습니다.
2. 피젯 스피너·피젯 토이 사용 vs 사용 안 하기 – 실험 설계
이번 실험은 아주 단순하게 구성했습니다.
- 기간: 6일
- 피젯 토이 사용하는 날 3일
- 아무 것도 안 쓰는 날 3일
- 시간대: 오후 2시~4시
- 졸음이 슬슬 올라오고, 업무 집중이 흔들리기 쉬운 시간
- 업무 내용:
- 문서 작성, 리포트 정리, 메일 회신, 간단한 분석 등
- 가능한 비슷한 난이도의 작업을 각 날에 배치
피젯 토이는 다음 두 가지를 번갈아 썼습니다.
- 작은 피젯 큐브(클릭, 돌리기, 스위치 등)
- 소리 거의 나지 않는 실리콘 링(돌리기/눌러보기용)
피젯 스피너처럼 눈에 너무 띄고,
공간 차지를 많이 하는 장치는 일부러 쓰지 않았습니다
(스피너는 주변 사람 방해와 주의 분산 문제가 여러 연구에서 제기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 관련 링크: To Fidget or Not to Fidget, That Is the Question). ResearchGate+2PMC+2
각 날마다 다음을 기록했습니다.
- 작업 시작 전 상태
- 졸림, 불안/초조, 집중할 준비가 된 느낌(각 1~10점)
- 2시간 동안 한 업무량
- 작성한 문서 분량, 처리한 메일/업무 개수
- 오류·실수
- 눈에 띄는 오타, 빠뜨린 내용, 다시 고친 횟수
- 주관적 집중도
- “흐름(플로우)에 들어간 느낌”을 1~10점으로 표시
피로도나 전날 수면 시간 같은 변수는 완벽히 통제하긴 어렵지만,
가능한 한 비슷한 컨디션의 날끼리만 비교하려고 했습니다.
3. 피젯 토이 사용 여부에 따른 집중 유지·오류율 체감
물론 개인 실험이라 숫자가 과학적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대략 이런 경향이 보였습니다.
- 피젯 토이를 쓴 날
- 딱히 더 “기분이 좋아진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 회의 내용을 듣거나 긴 문서를 읽을 때
중간에 딴생각으로 튀는 횟수가 줄어든 느낌이었습니다. - 손이 심심할 때 휴대폰을 집어 드는 대신,
피젯 큐브의 버튼을 만지작거리면서 다시 화면으로 돌아오기 쉬웠습니다. - 작업 결과를 다시 보면
사소한 오타나 “한 줄 건너뛴 부분”이 조금 적었습니다.
- 피젯 토이를 안 쓴 날
- 손이 심심할 때마다
브라우저 탭을 열어 다른 페이지를 본다든지,
펜을 들었다 놨다 하다가 아예 메신저를 열어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업무량 자체는 비슷했지만,
중간중간 집중이 끊겼다가 돌아오는 사이클이 더 잦은 느낌이었습니다.
- 손이 심심할 때마다
주관적 숫자로만 보면,
2시간 집중도는 피젯 토이 사용일에 1~2점 정도 높게 기록되는 경향이 있었고,
오류·수정 횟수 역시 조금 줄어드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흥미로웠던 건
- “손이 심심해서 피젯을 만지작거리는 상태”에서는 집중에 도움이 됐지만
- “이거 재밌네?” 하면서 피젯 자체에 집중이 갈 때는
오히려 방해가 됐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이 바로 연구에서도 강조하는 대목과 연결됩니다.
4. 손장난(fidgeting)과 ADHD 주의력 – 연구에서 본 메커니즘
앞서 언급한 2024년 연구는
성인 ADHD 참가자 54명을 대상으로,
인지 제어 과제(플랭커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몸과 손의 미세한 움직임을 정량적으로 측정했습니다
(관련 링크: Frontiers in Psychiatry 원문). PMC+1
핵심 결과를 정리하면:
- 반응 시간 변동(답하는 속도의 들쭉날쭉함)이 적고
- 과제를 더 안정적으로 수행한 사람일수록
- 손·몸을 더 많이 꼼지락거렸습니다.
연구진은 이걸
- 뇌가 힘든 인지 작업을 할 때
- 몸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각성을 유지하려는
- “보상 메커니즘(compensatory mechanism)”일 수 있다고 해석합니다.PMC+2adhdevidence.org+2
UC Davis 팀의 설명도 비슷합니다.
ADHD가 있는 사람들은 오랜 시간 앉아서 조용히 있어야 하는 과제에서
주의력이 빠르게 떨어지는데,
이때 몸을 흔들거나 손을 꼼지락거리는 움직임이
각성 수준을 적당히 올려 주의력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거죠
(관련 링크: Does fidgeting help people with ADHD focus?). health.ucdavis.edu+1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 “자연스럽게 나오는 fidgeting(내재적 손장난)”과
- “도구를 일부러 휘두르는 피젯 토이 사용(외재적 자극)”
이 완전히 같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손장난 자체는 보상 메커니즘이 될 수 있지만,
피젯 토이가 “새로운 장난감”으로 인식되는 순간
주의를 또 한 번 갈라버리는 자극이 될 수도 있습니다.
5. 피젯 토이의 양면성 – 일부 연구에서 나타난 주의 분산 효과
피젯 토이 쪽 연구를 보면,
생각보다 결과가 엇갈립니다.
- 어린이 ADHD를 대상으로 한 피젯 스피너 연구에서는
스피너를 사용할 때
오히려 주의력과 학습 수행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관련 링크: To Fidget or Not to Fidget, That Is the Question). ResearchGate - 여러 학교를 대상으로 한 다기관 연구에서도
피젯 스피너를 사용한 학생들이 사용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수학 수행 점수가 전반적으로 낮았다는 결과가 나왔고,
연구진은 “스피너가 오히려 수업 목표와 경쟁하는 자극이 된다”고 지적합니다
(관련 링크: Tools or Toys? The Effect of Fidget Spinners). ScienceDirect+2PMC+2 - 2023년 리뷰 논문에서는
피젯 토이가 학생의 주의, 행동, 학습에 미치는 효과를 정리하면서,
“지금까지의 증거는 이 장치들이 학생의 주의와 학습에 도움이 된다기보다
방해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관련 링크: Evaluating the Evidence for Fidget Toys). SAGE Journals+2Edutopia+2
정리하면,
- 자연스럽게 나오는 몸·손 움직임(fidgeting)은
ADHD가 있는 사람에게 보상 메커니즘이 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늘어나는 반면, - “학교에서 모두에게 주는 피젯 스피너” 같은 도구는
상당수 연구에서 오히려 주의와 학습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피젯 토이를 쓸 때는
“도구 그 자체”보다
이 도구가 내 주의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계속 체크하면서 써야 할 것 같습니다.
6. 업무·공부에서 피젯 토이를 쓸 때 도움이 됐던 사용 전략
이번 실험과 여러 자료를 같이 보면서,
피젯 토이를 무조건 좋다/나쁘다로 나누기보다
“어떻게 쓰면 그나마 도움이 되더라”를 정리해 봤습니다.
- 눈보다 손을 더 쓰게 만드는 도구를 고르기
- 돌리기, 누르기, 돌출부 만지기 등
- 시각적으로 화려하지 않고, 손끝 감각 위주로 자극을 주는 피젯이 더 나았습니다.
- 반대로 빛나거나, 계속 돌려야 움직임이 보이는 스피너류는
시선을 자꾸 끌어서 개인적으로는 피했습니다.
- 소리 거의 없는 장치 선택
- 클릭 소리가 크게 나는 장치는
제 집중보다도 주변 사람들의 집중을 먼저 깨버릴 수 있습니다. - 큐브형 피젯도 최대한 조용한 쪽으로 골랐습니다.
- 클릭 소리가 크게 나는 장치는
- “핵심 과제”에 주의를 둔 상태에서만 사용
- 피젯 토이를 만지는 동안
눈은 항상 화면·책에 두는 것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 만약 손이 아니라 눈이 피젯으로 가기 시작하면
그날은 그냥 서랍에 넣어 버리는 게 낫더라고요.
- 피젯 토이를 만지는 동안
- 졸음이 몰려올 때, 휴대폰 대신 피젯 토이
- 예전에는 손이 심심하면
무의식적으로 폰을 집어 들고 SNS를 열어버렸습니다. - 지금은 졸릴 때
“잠깐만 피젯 만지면서 버텨보자”라고 생각하고
2~3분만 버티면 다시 업무로 돌아오기 쉬웠습니다.
- 예전에는 손이 심심하면
- “집중이 잘 안 될 때 쓰는 도구”로 위치시키기
- 항상 손에 쥐고 있는 장난감이 아니라
- 좀 안 풀릴 때, 집중이 흔들릴 때만 꺼내 쓰는
제한적인 도구로 두는 게 제일 편했습니다.
7. ADHD가 있거나 의심되는 경우, 피젯 토이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
ADHD는 단순한 “주의 산만”이 아니라,
발달·신경학적 특성을 가진 신경다양성(neurodivergence)에 가깝다는 논의가 많습니다.MDPI+1
손장난과 관련된 최신 연구들을 보면
- 성인 ADHD에서 자연스러운 fidgeting은
인지 과제 수행을 돕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고,PMC+2adhdevidence.org+2 - 스트레스 상황에서 피젯 장치가
불안을 줄이거나 자기 조절을 돕는지 탐색하는 연구들도 진행 중입니다.ScienceDirect+1
다만, 이것만으로
- 피젯 토이가 ADHD 치료를 대신할 수 있다거나
- 약물·인지행동치료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본인이
- 이미 ADHD 진단을 받았거나
- 관련 증상으로 힘들어서 평가를 고민 중이라면,
피젯 토이는
- 생활 속 자기 조절을 조금 도와주는
하나의 “보조 도구” 정도로 보는 게 안전합니다.
집중·불안 문제로 일상 기능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면
전문의 상담, 평가, 치료 옵션(약물·상담·코칭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개인 생활 실험과 공개된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경험 공유일 뿐,
진단이나 치료 지침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꼭 남기고 싶습니다.
8. 정리 – 손장난과 피젯 토이 사이에서 나에게 맞는 균형 찾기
이번 “피젯 토이 vs 사용하지 않기” 실험과
2024년 이후 연구들을 함께 놓고 보면,
저는 이렇게 정리하게 됐습니다.
- 자연스럽게 나오는 손장난(fidgeting)은
특히 ADHD 성인에게
긴 과제에서 주의력을 유지하는 데
보상 메커니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PMC+2health.ucdavis.edu+2 - 하지만 피젯 스피너 같은 일부 피젯 토이는
아동·학생 연구에서
학습과 주의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결과도 적지 않다.Edutopia+3ResearchGate+3ScienceDirect+3 - 그래서 “피젯 토이를 쓰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도구를, 어떤 상황에서, 어디까지 쓸 것인가”의 문제에 가깝다.
저는 앞으로도
- 회의를 길게 들어야 할 때,
- 글을 써야 하는데 자꾸 폰으로 손이 갈 때,
- 집중이 자꾸 끊어지는 오후 시간대에
소리 없는 작은 피젯 토이를
“잠깐 주의를 다시 모으는 스위치” 정도로만
조심스럽게 사용해 볼 생각입니다.
결국 핵심은
피젯 토이가 아니라,
내 주의와 에너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조금 더 세심하게 관찰해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