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자동차 보안 시스템이 기계식 잠금장치부터 오늘날의 암호화‑중심 보안까지 어떻게 발전했는지 살펴보고, 2015년 지프 해킹 사건을 비롯한 원격 해킹 사례와 최신 암호화 기술, 국제 규제 동향을 통해 국내 독자가 안전하게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합니다.
자동차 보안의 역사적 배경
- 기계식 잠금과 도난 방지 장치: 20세기 후반까지 차량 보안은 열쇠와 자물쇠, 도난 경보기 같은 기계적 장치에 의존했다. 이 장치들은 단순했지만 물리적인 열쇠를 복제하거나 창문을 깨고 접근하는 전통적인 절도에는 취약했다.
- 이모빌라이저와 무선 키리스 엔트리: 1990년대 후반부터 엔진을 전자적으로 차단하는 이모빌라이저가 확산되었고, 무선 키리스 엔트리 시스템은 편의성을 향상시켰지만 신호 재밍 및 릴레이 공격처럼 무선 기술을 악용한 새로운 침입 수단도 등장했다.
원격 해킹의 등장과 지프 해킹 사건
연결된 차량 시스템이 늘어나면서 원격 해킹 공격이 현실화됐다. 2015년 두 보안 연구자가 와이어드(Wired) 기자가 운전 중인 지프 체로키 차량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침해해 브레이크와 엑셀러레이터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하면서 위험성이 세상에 알려졌다. 기사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차량의 통제권을 탈취했고, 기자는 급가속이 멈춰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브레이크까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겪었다. 이 사건은 원격 해킹이 실제로 가능한지 보여주며 제조사가 보안 설계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하도록 촉발했다.
커넥티드카의 보안 위협과 대응 전략
원격 악용과 데이터 탈취
HDWEBSOFT의 2025년 커넥티드카 사이버보안 보고서에 따르면, 공격자는 브레이크를 무력화하거나 가속·조향·문 잠금 등을 원격으로 조작할 수 있는 “원격 조작(remote exploitation)”이 가장 큰 위험으로 지적된다. 또 차량은 위치 정보, 운전 습관, 생체 데이터까지 수집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탈취와 프라이버시 침해 또한 중요한 문제로 꼽힌다. 공격자는 차량 데이터베이스를 탈취해 판매하거나 협박에 활용할 수 있다.
보안 설계와 하드웨어 보안 모듈
보고서는 보안을 소프트웨어 개발 주기(Secure Software Development Lifecycle) 전반에 도입하는 ‘보안 설계(Security‑by‑Design)’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신뢰 실행 환경(Trusted Execution Environment)과 하드웨어 보안 모듈(HSM) 같은 하드웨어 기반 보안 기술이 민감한 암호 키와 데이터를 별도의 영역에 저장해 시스템 전체를 보호한다고 설명한다. 하드웨어 기반 보안은 소프트웨어 취약점이 생기더라도 암호화 키나 부팅 로더가 노출되지 않도록 돕는다.
침입 탐지 및 예방 시스템(IDPS)
AI를 활용한 차량 내 침입 탐지·예방 시스템은 CAN 버스와 ECU 동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공격 징후를 즉시 차단할 수 있다. 또한 클라우드 기반 분석을 통해 여러 차량에서 발생하는 공격 패턴을 식별하고, 자동화된 위협 대응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한다.
안전한 OTA 업데이트와 데이터 프라이버시
차량 소프트웨어의 보안 취약점을 신속히 수정하려면 무선(OTA) 업데이트가 필수다. OTA 패키지는 제조사에서 강력한 암호 키로 디지털 서명해야 하며, 차량은 서명과 무결성을 검증한 후에만 업데이트를 적용해야 한다. 또한 TLS 같은 암호화된 통신 채널을 통해 전송돼야 한다. 업데이트 실패 시 이전 버전으로 롤백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데이터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제조사는 최소한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익명화하며 사용자에게 데이터 수집·사용에 대한 투명한 설명과 동의 철회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
국제 표준과 규제
- UN R155: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가 제정한 UN R155 규정은 자동차 제조사가 차량 전 생애주기 동안 사이버보안 관리 체계를 확립하도록 요구한다. 이 규정은 커넥티드카 보안의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 ISO/SAE 21434: 국제 표준 ISO/SAE 21434는 자동차 개발 과정에서 사이버보안 위험을 평가·관리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UN R155와 함께 적용되며 설계 단계부터 사이버보안을 통합하도록 돕는다.
- 버그 바운티 프로그램과 정보 공유: 보고서는 제조사가 윤리적 해커에게 취약점을 신고하도록 보상하는 버그 바운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자동차 ISAC(정보공유분석센터)를 통해 위협 정보를 교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신 암호화 기술과 적용 방법
MDPI의 자율주행차 사이버보안 논문은 암호화가 차량 데이터의 기밀성·무결성·신뢰성을 보장하는 핵심 기술이라고 밝힌다. 최신 암호화 기술과 적용 방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AES와 RSA의 활용: AES(Advanced Encryption Standard)는 대량 데이터를 빠르게 암호화할 수 있는 대칭키 알고리즘으로 차량과 클라우드 간 대용량 데이터 전송에 적합하며, RSA는 비대칭 키 기반으로 안전한 키 교환에 활용된다.
- 전송 중·저장 중 데이터 보호: 암호화는 차량과 외부 시스템 간 통신에서 데이터가 도청되지 않도록 보호할 뿐만 아니라, 차량 내부 저장소가 해킹되더라도 복호화 키 없이는 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도록 만든다.
- 데이터 무결성 유지: 암호화 과정에서 변경 감지를 통해 네비게이션 지시나 센서 데이터가 변조되면 즉시 알림을 발생시켜 공격을 발견할 수 있다.
- 신뢰 구축과 키 관리: 견고한 암호화는 사용자와 제조사 간 신뢰를 형성한다. 이를 위해 강력한 키 생성과 안전한 저장, 주기적인 갱신 등 키 관리가 중요하다. 또한 종단 간 암호화를 도입해 데이터가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계속 암호화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미래 동향과 과제
- 양자 컴퓨팅과 포스트‑양자 암호: HDWEBSOFT는 양자 컴퓨터가 기존 암호 알고리즘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포스트‑양자 암호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언급한다.
- AI 기반 공격과 방어: 공격자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탐지 회피형 악성코드를 생성할 수 있고, 방어자는 머신러닝을 활용한 이상 탐지와 예측 분석으로 공격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 디지털 트윈과 시뮬레이션: 실제 차량을 복제한 가상 모델을 통해 사이버공격 시나리오를 실험하고 취약점을 찾는 “디지털 트윈” 기술이 부상하고 있다.
- 전체적인 보안 생태계 구축: 커넥티드카 보안을 위해서는 제조사뿐 아니라 부품 공급망, 보안업체, 규제기관, 연구자들이 협력해 다층 방어 구조와 지속적인 업데이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브루킹스 연구소도 지프 해킹 사건을 예로 들며, IoT의 보안 없이는 제대로 된 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해킹 방지를 위한 조언
- 정기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확인: 차량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업데이트를 놓치지 않고 적용해 최신 보안 패치를 반영하도록 한다. OTA 업데이트가 제공되지 않는 차량은 서비스센터를 통해 수동 업데이트를 받는 것이 좋다.
- 신뢰할 수 있는 앱과 기기 사용: 비공식 앱이나 사설 진단기기(OBD)는 보안 취약점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공식 제조사나 인증된 공급업체가 제공하는 기기만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 개인정보 관리: 내비게이션, 블루투스 시스템 등에서 불필요한 개인정보 저장을 최소화하고, 차량 판매 전에는 프로파일과 저장 데이터를 삭제한다.
- 국제 규제 동향 이해: UN R155와 ISO/SAE 21434 같은 국제 표준을 준수하는 제조사를 선택하고, 국내에서도 관련 법규 제정이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자동차 보안 시스템의 미래
자동차는 스마트폰처럼 네트워크에 연결된 복잡한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편의와 안전을 높여주지만, 원격 해킹과 데이터 유출이라는 새로운 위험도 함께 가져왔다. 2015년 지프 해킹 사건 이후 자동차 산업은 보안 설계를 강화하고 하드웨어 보안 모듈, 침입 탐지 시스템, 암호화 기술, 국제 표준 등 다층적인 방어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향후 양자 컴퓨팅과 AI 기반 공격 등 새로운 도전이 등장하겠지만, 지속적인 연구와 협력, 규제의 발전을 통해 더 안전한 이동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