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내용을 정리해도 손글씨로 쓰는 날과 노트북으로 타이핑하는 날, 머릿속에 남는 깊이와 오래 가는 정도는 확실히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두 방식으로 같은 분량의 강의를 정리해 본 뒤 기억 테스트·이해도·학습 속도를 비교한 개인 실험과, 2025년 뇌과학 리뷰 내용을 함께 정리합니다.
1. 왜 손글씨 vs 타이핑, 학습 효율이 궁금해졌는지
요즘 대부분의 공부와 일은 노트북 앞에서 끝납니다.
검색도, 문서 작업도, 강의 정리도 다 키보드로 하게 되죠.
저도 한때는
- “타이핑이 훨씬 빠르고 깔끔하니까, 당연히 더 효율적이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몇 번 반복해서 같은 내용을 공부하다 보니 이상한 경험이 쌓였습니다.
- 노트북으로 정리한 날:
정리할 때는 분명 이해한 것 같은데, 며칠만 지나면 구조가 잘 기억 안 남음 - 손글씨로 정리한 날:
페이지 전체가 통째로 그림처럼 떠오르거나,
여백에 적어 둔 화살표·밑줄이 같이 생각나는 느낌
그러던 중 2025년 발표된 뇌과학 리뷰 논문을 보게 됐습니다.
이 논문은 손글씨와 타이핑의 신경 메커니즘을 비교하면서, 손글씨가 정보를 요약·재구성하는 과정을 더 강하게 요구하고, 그 결과 더 깊은 인지적 부호화와 기억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정리합니다.PMC+1
(관련 링크: The Neuroscience Behind Writing – Handwriting vs Typing, 2025 리뷰PMC)
여기에, 손글씨가 타이핑보다 더 넓은 뇌 영역(운동·감각·언어·기억 관련)을 동시에 활성화한다는 연구들까지 같이 나오면서,Frontiers+2News-Medical+2
“그럼 실제 공부 상황에서 내 기억력도 다르게 느껴질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2. 손글씨 노트 vs 타이핑, 나만의 작은 학습 실험 설계
실험은 최대한 현실적인 공부 상황에 맞춰서 짰습니다.
기간과 조건은 이렇게 정했습니다.
- 기간: 6일
- 손글씨 노트 3일
- 타이핑 노트 3일
- 학습 내용: 온라인 강의와 글
- 난이도 비슷한 강의·글을 짝지어서
한 쌍은 손글씨, 다른 쌍은 타이핑으로 정리
- 난이도 비슷한 강의·글을 짝지어서
- 환경: 카페/집 번갈아가며, 가능하면 비슷한 시간대에 공부
각 날마다 다음을 기록했습니다.
- 강의/글 분량과 학습 시간
- 필기 방식
- 손글씨: A4 또는 노트, 색펜 1~2개
- 타이핑: 노트북, 워드/노션 등
- 복습 직후 테스트
- 주요 개념·키워드·구조를 10문항 내외로 직접 자가 테스트
- 하루 뒤, 일주일 뒤의 회상
- 노트 안 보고 얼만큼 떠올릴 수 있는지 체크
필기 속도와 내용 요약 정도도 간단히 표로 정리했습니다.
3. 손글씨 vs 타이핑, 기억 유지와 이해도에서 느낀 차이
숫자만 보면 조잡한 개인 통계지만, 느낌은 꽤 분명했습니다.
- 학습 직후 이해감
- 타이핑
- 속도가 빠르니까 강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겨 적을 수 있습니다.
- 덕분에 “오늘 할 건 다 정리했다”는 만족감은 컸습니다.
- 손글씨
- 속도가 느려서 다 적을 수 없으니,
“이 문장에서 진짜 중요한 말만 추리자”는 생각을 자동으로 하게 됐습니다. - 정리하는 동안 머릿속에서 이미 한 번 요약·재구성을 하게 되니,
학습 직후 이해감은 손글씨 쪽이 약간 더 깊게 느껴졌습니다.
- 속도가 느려서 다 적을 수 없으니,
- 하루 뒤 기억 테스트
- 타이핑 노트
- 노트를 보면 “내가 썼던 글”이라 금방 다시 이해가 되는데,
- 노트를 닫고 나면 구조가 잘 안 떠오르는 날이 많았습니다.
- 손글씨 노트
- 노트 전체 레이아웃(왼쪽 상단 제목, 오른쪽에 예시, 아래에 화살표)이
약간 그림처럼 떠오르면서,
구체적인 문장은 까먹어도 큰 구조는 더 오래 남아 있었습니다.
- 노트 전체 레이아웃(왼쪽 상단 제목, 오른쪽에 예시, 아래에 화살표)이
- 일주일 뒤 회상
- 타이핑
- 세부 문장 단위는 전부 날아가고,
“이런 주제였지” 정도만 희미하게 남아 있는 느낌이 많았습니다.
- 세부 문장 단위는 전부 날아가고,
- 손글씨
- 모든 내용을 기억하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 정리하면서 직접 그렸던 도식·문장 구조가 다시 떠오르면서
개념 간 관계를 더 잘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 타이핑: 빠르게 많이 담을 수 있지만, 나중에 꺼내 쓸 때는 상대적으로 흐릿함
- 손글씨: 느리고 양이 적지만, “내 머릿속 구조”에 맞게 정리된 정보라서 더 오래 남음
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4. 왜 손글씨가 더 잘 남을까 – 뇌과학·인지심리 쪽 설명
최근 뇌영상·EEG 연구들을 보면 손글씨와 타이핑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 더 넓은 뇌 네트워크가 동시에 켜진다
- 2024년 EEG 연구에서는
손글씨를 할 때 파리탈·중앙 영역을 잇는 시상파(세타/알파) 연결성이
타이핑보다 훨씬 더 넓고 복잡하게 나타났습니다.Frontiers+1 - 이 영역들은
운동 조정, 공간 인식, 언어 처리, 기억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손글씨가 이런 네트워크를 동시에 자극하면서
“배우는 중”인 뇌 상태를 만들어 준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관련 링크: Frontiers in Psychology – Handwriting vs Typewriting EEG 연구Frontiers)
- 손글씨는 요약·재구성을 강제한다
- 유명한 Mueller & Oppenheimer(2014) 연구에서는
노트북으로 필기한 학생들이 손글씨로 필기한 학생들보다
개념 이해·추론 문제에서 성적이 낮았습니다.PubMed+1 - 이유는 단순합니다.
타이핑 그룹은 강의를 거의 그대로 받아 적는 경향이 있었고,
손글씨 그룹은 속도가 느리다 보니
내용을 선택·요약·자기 말로 바꾸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관련 링크: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KeyboardPubMed)
- 실제 기억 과제 성적도 손글씨가 우세한 연구들이 있다
- 스페인 대학생 144명을 대상으로 한 비교 연구에서는,
타이핑 노트가 속도는 빨랐지만
기억 과제 점수는 손글씨 그룹이 더 높았습니다.Revista Comunicar+1
(관련 링크: A Comparative Study of Handwriting and Computer Typing in Note-takingRevista Comunicar)
- 감정·동기와 연결되는 부분
- 2024년 이후 기사·리뷰들을 보면,
손글씨가 “더 개인적이고 의미 있는 행위”로 느껴져서
학습 과정에서 긍정적 감정과 몰입감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Scientific American+1
(관련 링크: Why Writing by Hand Is Better for Memory and Learning – Scientific AmericanScientific American)
정리하면,
손글씨는
- 손·눈·뇌를 함께 쓰는 복합 활동이면서
- 강제로 요약·재구성을 하게 만드는 필터 역할을 하고,
- 그 과정에서 더 깊은 인지적 부호화와 기억 흔적을 남긴다
는 쪽으로 최근 연구들이 서서히 모이고 있습니다.PMC+2Frontiers+2
5. 그렇다고 타이핑이 나쁜 걸까? 타이핑이 더 유리한 상황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하나는,
“손글씨가 좋다”가 곧 “타이핑은 나쁘다”는 뜻은 아니라는 겁니다.
타이핑이 훨씬 유리한 상황도 분명히 있습니다.
- 양이 많고, 정보 손실이 위험할 때
- 회의록, 인터뷰 기록, 속도가 빠른 강의 등
“일단 다 담아두는 것”이 중요한 상황에서는
타이핑 속도의 장점이 분명합니다.
- 나중에 검색·편집·공유해야 할 때
- 디지털 노트는 검색, 복사, 재구성, 공유가 쉬워서
협업·장기 프로젝트에 특히 유리합니다.
- 손·손목·팔에 통증이 있을 때
- 장시간 손글씨는 손목·팔꿈치·어깨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이미 통증이 있거나, 손을 많이 쓰는 직업이라면
무리하게 손글씨만 고집하는 건 오히려 역효과일 수 있습니다.
실제 메타분석·요약 논문들에서도
“손글씨 vs 타이핑 승자 결정전”이라기보다
- 과제 유형
- 목표(기억·아이디어·기록·협업 등)
- 시간 제약
에 따라 최적의 방식이 달라진다고 강조합니다.The Learning Scientists+2macsphere.mcmaster.ca+2
6. 학습 효율을 높이기 위한 실전 전략 – 손글씨와 타이핑을 섞어서 쓰기
실험을 해본 뒤, 저는 이렇게 쓰는 방식으로 정리하게 됐습니다.
- 처음 개념을 배울 때: 손글씨 비중을 높이기
- 새로운 개념, 어려운 이론, 구조가 복잡한 내용은
손글씨로 “생각하면서 정리하는 노트”를 만듭니다. - 문장을 줄이고, 화살표·박스·간단한 그림을 같이 쓰면
나중에 떠올리기 훨씬 쉽습니다.
- 새로운 개념, 어려운 이론, 구조가 복잡한 내용은
- 두 번째, 세 번째 복습부터: 타이핑으로 구조화
- 손글씨 노트를 기반으로
핵심만 뽑아서 디지털 문서(개념 요약, 마인드맵, Q&A 리스트)로 재정리합니다. - 이때는 타이핑의 빠른 편집·검색 기능이 큰 장점입니다.
- 손글씨 노트를 기반으로
- 시험 직전·발표 준비: 다시 손글씨로 빈 종이에 써보기
- 노트 안 보고
빈 종이에 전체 구조를 손글씨로 다시 그려 보거나,
예상 문제의 답을 직접 써보면
기억의 구멍이 어디인지 한 번에 드러납니다.
- 노트 안 보고
- 시간 제한이 심할 때의 타협안
- 전부 손글씨로 하기 어렵다면
- 강의 중에는 타이핑으로 최대한 많이 받아 적고
- 그날 10~15분 정도만 따로 시간을 내서
진짜 중요한 부분만 손글씨로 다시 요약하는 방식도 괜찮았습니다.
- 전부 손글씨로 하기 어렵다면
7. 손목·시간·환경을 고려한 현실적인 주의점
손글씨를 장점만 보고 밀어붙이다가
오히려 체력과 시간을 소모하는 함정도 분명 있습니다.
- 손목·팔·어깨 통증
- 필기량이 많고 필압이 강한 편이라면
장시간 손글씨는 쉽게 통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중간중간 스트레칭, 펜 종류(샤프 vs 볼펜 vs 젤펜)도 신경 쓰는 게 좋습니다.
- 필기량이 많고 필압이 강한 편이라면
- 시간 관리
- 손글씨는 타이핑보다 확실히 느립니다.
- 시험이나 마감이 촉박한 경우,
“오늘은 양이 우선이다” 싶은 날은
과감히 타이핑을 선택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 환경 제약
- 지하철, 카페, 서 있는 상황 등
손글씨가 불편한 환경에선
태블릿/노트북 타이핑이 현실적인 선택일 때도 많습니다.
- 지하철, 카페, 서 있는 상황 등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제가 직접 해본 작은 실험과 공개된 연구를 바탕으로
“기억과 학습 효율 관점에서 손글씨 vs 타이핑을 어떻게 쓸까”를 고민해 본 기록입니다.
개개인의 필기 습관, 손·팔 건강 상태, 공부 스타일에 따라
최적의 조합은 당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8. 한 줄 정리 – 손글씨 vs 타이핑, ‘속도’와 ‘깊이’의 균형 잡기
지금까지를 한 줄로 압축하면,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 중요한 개념을 처음 배우고
머릿속에 깊게 새기고 싶을 때는
손글씨 노트가 더 잘 남는다.Frontiers+3PMC+3PubMed+3 - 많은 정보를 빠르게 모으고,
나중에 편집·검색·공유까지 해야 할 때는
타이핑이 압도적으로 편하다.
그래서 이제는
“손글씨 vs 타이핑, 뭐가 더 좋냐?”가 아니라
- 이 공부의 목적이
“빨리 많이 담는 것인지”
“적게 담더라도 오래 기억하는 것인지”
부터 정하고,
- 속도가 중요할 때는 타이핑,
- 깊이가 중요할 때는 손글씨,
- 둘 다 필요할 때는 섞어 쓰는 전략
으로 접근하는 게
현실적인 최적점에 가깝다고 느끼고 있습니다.